맥락 속의 이야기

우리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삶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에 의존합니다.

실제로 철학자, 신학자, 성경 학자들 사이에서 이야기는 세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하는 길이라는 인식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는 동화책 속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만들어낸 공상 속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야기인데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고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가 누구인지,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들에 답을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볼 때, 이야기란 궁극적 실재에 대한 주장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들 각자는 (그것을 알든 모르든) 한 가지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 인생의 틀을 잡고 인생 경험의 의미를 찾기 위해 우리는 모두 어떤 특정한 형태의 이야기에 의존합니다.

무신론자에서 카톨릭 신자가 된 도덕 철학자 알라스데어 매킨타이어는 “내가 무엇을 해야만 할까?”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난 어떤 이야기의 한 부분인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에 둘러 싸여 살아갑니다.
언뜻 생각해도 오늘날 과학적 물질주의라는 이야기, 환경에 대한 이야기,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 소비주의의 이야기 등이 우리 주변을 둘러 싸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우리가 누구이며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해 준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우리가 그 이야기들을 믿는다면 우리는 그 이야기대로 살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야기들에는 그에 따른 결과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문화적, 조직적, 가정적,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에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단지 우리의 사고방식 뿐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욕망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광고들은 소비지상주의의 이야기들을 반복함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들이 혹은 우리가 소유하는 물건들이 우리가 누구인가를 정의한다는 그 이야기들입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세상에 대한 참된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그 이야기를 따라 그 명품을 사고 그것을 착용하면서, 우리가 그런 사람이라는 자부심 속에서 살아갑니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 무엇을 믿는가는 우리의 생각과 욕망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가능한가 하는 우리의 기대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야기들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받아들이는지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토대로 사건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속한 세상과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큰 배경 이야기(메타 네러티브)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인 경험들은, 우리가 이 세상의 진정한 이야기라고 믿는 어떤 이야기의 맥락이나 틀 속에서 볼 때에만 이해되고 의미를 발견합니다. 우리 삶의 이야기를 이루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거기서 자기 자리를 찾습니다.

 

톰 라이트 박사는 그의 책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78쪽).

“이야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삶의 양식들 중의 하나다.
사람은 무작정 행동한 다음에
그 행동들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매킨타이어가 주장했듯이,......
인간의 행위들은 ‘행동으로 옮겨진 이야기들’이다.
즉 전체적인 이야기가 더 기본적인 범주이고,
특정한 순간 및 특정한 사람은
그러한 전체적인 이야기라는 맥락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그는 한 좋은 예를 듭니다.

‘비가 오겠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언뜻 보기에는 아주 뻔한 말 같다.
하지만 이 말의 의미와 속뜻은 그것이 더 큰 내러티브 안에서 하는 역할을 보아야 이해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계획해 둔 소풍을 가려던 참이라면 그 말은 나쁜 소식이 될 것이고,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좋다는 암시마저 깔려 있을 것이다.

가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에 살고 있어 오랜 건기와 그로 인한 흉작을 앞두고 있다면, 그 말은 정말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내가 만일 기상학자로서 비가 올 것을 사흘 전부터 예측했다면, 설령 당신이 그것을 믿지 않았더라도 그 말은 나의 예측 능력을 입증해 줄 것이다.

우리가 만일 갈멜 산에서 엘리야의 말을 듣고 있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원이라면, 그 말은 여호와가 참 하나님이며 엘리야가 그분의 예언자라는 엘리야의 메시지를 증명해 줄 것이다.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이 한 마디 말은 전체의 암시적 구조, 전체의 암시적 내러티브라는 문맥 안에서 ‘들어야’ 한다.